병역의무가 있는 남성은 왜 국적 선택 시기와 절차가 다른가요?

글로벌 시대에 자녀가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부모 중 한 분이 외국인인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두 개 이상의 국적을 갖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느냐, 혹은 포기하느냐에 따라 병역이라는 중대한 의무가 뒤따르기 때문에 선택의 시기와 방식이 매우 엄격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왜 누구는 18세 이전에 결정해야 하고, 누구는 나중에도 가능한지, 그 복잡한 기준을 혈통주의와 출생지주의의 개념을 통해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국적을 결정하는 두 가지 큰 원칙: 혈통주의와 출생지주의

우선 우리가 왜 복수국적자가 되는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전 세계 국가들은 국적을 부여할 때 크게 두 가지 원칙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 혈통주의 (속인주의): 부모의 국적을 따라 자녀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대한민국 국적법은 기본적으로 이 혈통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인이라면 아이가 전 세계 어디서 태어나든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됩니다.
  • 출생지주의 (속지주의):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그 나라 영토 안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국적을 주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캐나다 등 주로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이에 해당됩니다.

만약 미국 영주권자인 한국인 부모님이 미국에서 아이를 낳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는 한국의 혈통주의에 의해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됨과 동시에, 미국의 출생지주의에 의해 미국 국적도 갖게 됩니다. 이렇게 이 아이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됩니다. 즉, 태어나면서부터 복수국적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남성에게 ‘만 18세’라는 시점이 중요한 이유

대한민국 국적법 및 병역법상 남성은 여성과 달리 병역의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입니다. 우리나라는 헌법과 병역법에 따라 모든 남성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국적 이탈(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것)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병역 기피 수단으로서 국적 이탈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적선택 기한’을 엄격히 정해두고 있습니다.

국적선택의 마지노선: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남성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이탈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 이전까지 국적 이탈 신고를 마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08년생 남성이라면 2026년 3월 31일까지가 기한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어떻게 되나요?

이 시기를 놓치면 병역 문제가 해결(현역 복무, 전시근로역 편입, 소집 해제 등)될 때까지는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즉, 40세까지는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병역 의무를 져야 합니다. 병역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국적 이탈이 가능해집니다. 이 부분이 남성에게 ‘만 18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병역법 제72조(병역의무의 종료) ① 현역ㆍ예비역ㆍ보충역의 병, 전시근로역 및 대체역의 병역의무는 40세까지로 하고, 예비역ㆍ보충역의 장교ㆍ준사관 및 부사관의 병역의무는 「군인사법」에 따른 그 계급의 연령정년이 되는 해까지로 한다.

국적 선택의 방식: 국적 이탈 vs 국적 보유

복수국적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대한민국 국적 이탈 (=외국인으로 살기)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만 18세 3월 말까지 외국 주소지 관할 재외공관을 통해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신고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병역 의무는 사라지지만, 향후 한국 내에서의 경제 활동이나 거주에 있어 외국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제약 아닌 제약을 받게 됩니다. 다만, 국적 이탈은 외국에 주소를 둔 복수국적자만 가능하며, 국내에 주소를 둔 복수국적자는 국적 이탈이 불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막아놓았습니다. 이는 국적 이탈이 국내에서 활동하는 복수국적자의 병역 의무 면탈의 방편으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여 무분별한 국적 이탈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둘째, 대한민국 국적 선택 (=복수국적 유지하기)

“나는 군대도 다녀오고 한국 사람으로 살면서 외국 국적도 유지하고 싶다”는 분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병역을 마친 후 2년 이내에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면, 한국 내에서는 외국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대한민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모두 보유할 수 있습니다.

셋째, 국적 선택 명령

만약 병역 의무를 마친 후에도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국가로부터 국적을 하나 선택하라는 통지(명령)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내에 거주 중인 남성 복수국적자라면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을 선택해야 하나, 이 경우 국적이탈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국적이탈은 외국에 주소를 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당 기한 내 현실적인 선택은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는 방법 뿐입니다.

왜 사람마다 방식과 시기가 달라지나요?

많은 분이 “제 친구는 나중에도 국적을 포기하던데 저는 왜 안 되나요?”라고 묻곤 합니다. 이는 그분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인지, 아니면 나중에 외국 국적을 취득한 ‘후천적 국적 상실자’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1. 선천적 복수국적자: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혈통주의와 외국 출생지의 출생지주의가 겹친 경우입니다. 이들은 앞서 말한 ’18세 3월 31일’ 규칙의 적용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2. 후천적 외국 국적 취득자: 한국인으로 살다가 유학이나 이민 후 본인의 의사로 외국 시민권을 딴 경우입니다. 이분들은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그 순간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으로 상실됩니다. 따라서 별도의 ‘이탈 신고’가 아니라 ‘상실 신고’를 하게 되며, 병역법 위반 여부와는 별개로 국적법상으로는 한국인이 아니게 됩니다. (다만, 병역 기피 목적이 의심될 경우 F-4 비자 발급 등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체크리스트

해외 거주 중인 복수국적 남성이라면 아래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 출생신고 여부 확인: 한국에 출생신고를 안 했다고 해서 한국 국적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혈통주의 원칙상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당신은 이미 대한민국 국적자입니다. 출생신고를 안 한 상태에서 국적 이탈을 하려면, 먼저 한국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리는 ‘선 출생신고’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 거주 요건 확인: 국적 이탈은 반드시 외국에 주소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단순히 서류상으로만 이탈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실제 생활 기반이 외국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 예외적 국적 이탈 허가제: 기한 내에 국적 이탈을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외국에서 계속 거주하여 제도를 몰랐거나 등), 엄격한 심사를 통해 예외적으로 국적 이탈을 허가해 주는 제도도 최근 시행되고 있으니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결론: 국적은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대한민국 국적은 단순한 서류 한 장의 의미를 넘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남성에게는 국방의 의무라는 현실적인 책임이 수반됩니다.

본인 혹은 자녀가 혈통주의에 의해 한국 국적을 가졌는지, 그리고 출생지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복수국적이 되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시기를 놓쳐 원치 않는 상황에 부딪히지 않도록, 만 18세가 되기 전 미리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하시길 권장합니다.

알려드립니다 (Notice)

  • 이 글은 대한민국 국적 제도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개인의 구체적인 국적 상태는 출입국·외국인관서 또는 재외공관의 공식 확인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개별 사안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최신 법령과 행정 기준은 국가법령정보센터 및 관계 기관 안내를 기준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